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기업실적이 악화되고 가계대출 연체율도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상승 전환하는 등 금융기관 자산 건전성이 일부 저하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 경기 부진 등으로 가계 소득 여건이 악화하면서 가계부채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 기업(외감기업) 중에서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하고 있는 상태다.
26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2019년 9월)’ 보고서를 보면, 올해 상반기 중 가계부채 건전성은 전반적으로 양호했지만 최근 연체율이 완만하게 상승 흐름으로 전환했다. 상호금융 등 일부 금융기관에선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자산 건전성이 다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호금융에서 부실채권을 말하는 ‘고정이하’ 여신의 비율은 지난 2분기 2.09%로 전년 동기(1.66%)에 비해 0.43%포인트 증가했고, 같은 기간 연체율은 1.43%에서 1.88%로 증가했다. 한은은 지방 가계부채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지방 가계부채와 상호금융 연체율 증가 사이에 연관 관계가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일단 전체 가계대출 중 지방 비중이 2012년 말 39.4%에서 2019년 2분기 말 43.5%로 상승했다. 지방 차주의 연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LTI·2분기 207.7%)은 수도권(232.4%)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2012년 말 이후 상승폭(55.5%포인트)은 수도권(40.1%포인트)을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 가계부채 차주 특성과 부채 분포를 보면 고소득·고신용 비중이 수도권과 견줘 낮고, 상호금융 등 비은행 비중(54.1%)이 수도권(32.6%)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가운데 연체대출 비중은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서 상승(2017년 2.5%→2019년 2분기 3.1%)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방의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지방 가계부채 구조와 차주의 상환 능력이 수도권에 비해 취약한 만큼 지방 대출 비중이 높은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은 영업 환경 악화 등으로 지난 1분기 중 4.7배를 기록, 전년 동기(9.5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은 분기재무제표를 공시하는 상장 및 일부 비상장 기업 2118곳의 1분기 실적이다.
2018년 기준 이자보상배율 3년 연속 1미만 기업(한계기업)이 외감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2%(3236개)로 전년(13.7%, 3112개) 대비 0.5%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한계기업에 신규 진입하거나 잔류하는 기업이 증가하는 반면 이탈하는 기업은 감소했다. 이자보상배율이 2년 연속 1 미만인 기업 비중은 2017년 19.0%에서 2018년 20.4%로 늘었다. 금융기관의 한계기업 여신 규모는 2018년 말 107조9000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7조8000억 원 증가했고, 외감기업 전체 여신 내 비중도 13.8%로 전년 말 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교역여건 악화, 국내 경기둔화 등으로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이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가운데 한계기업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기관은 이들 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관리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